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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나가수'의 인기만큼 '나꼼수'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9월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나는 꼼수다'를 추천하기에 듣기 시작했지요. 

딴지일보의 김어준, 17대 민주당 국회의원 정봉수,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 등이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이명박 가카 헌정방송'.

김어준 총수가 '나는꼼수다'에서 자신의 고교시절 사진에 대해 '음모'라고 언급했다.
나는꼼수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이 방송을 듣지 않으면 이야기가 안통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만합니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오는 내내 이 방송을 들으며 오랜 시간을 지루한 줄 모르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주요 언론을 통해 듣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네 사람이 떠들어 댑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뒷담화는 항상 재미있습니다.

맘편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뒷담화로 은근슬쩍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흥이 올라 이야기 나누다보면 술판이 점점 깊어가지요. 그 주제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치나 경제 이야기라면 남모르는 사람들이 옆자리에서 떠들어 대는 소리에도 귀가 솔깃해 집니다.

'나꼼수'는 이런 심리가 잘 적용된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의 방송이 가지는 공영성, 중립성, 존엄성 등을 과감히 포기하고 마치 얼큰하게 한 잔 나눈 사람들이 신나서 떠들어 대는 소리같은 방송을 들려줍니다. 옆자리에 앉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점차 이 방송에 중독되어 갑니다.

여기까지 '나꼼수'를 장황하게 언급하기에 무슨 정치적 색채의 글을 쓴다고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지금 저는 스키이야기를 하려합니다.^^

'나꼼수'는 특별합니다. 주요 언론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를 가지고, 아주 무거운 정치이야기를 아주 가벼우면서도 통쾌하게 다룹니다. 그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저는 지금부터 한국 스키계에 '나는 꼼수다'와 같은 새롭고 유쾌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대개의 프로스키어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나꼼수'와 같은 비판과 풍자의 글을 기대하진 마세요~ 단지 스킹의 새로운 세계를 유쾌하게 다룰뿐이니까요. ㅋㅋ


가장 잘타는 스키어 vs 가장 행복한 스키어 

저는 예전부터 "가장 잘 타는 스키어보다 가장 행복한 스키어"를 꿈꾸어 왔습니다. '잘 탄다'는 것이 상대적인 평가인 반면 '행복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평가입니다. 

스키를 타는 사람으로서 보다 스키를 잘 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바램입니다. 그러한 목표때문에 열심히 스키장을 찾고 시즌권을 삽니다. 동호회에도 가입하고 강습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키를 잘 타는 것'이 스키를 타는 이유의 모든 것이 될 때 사람들은 보다 중요한 것을 종종 잊게 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만  보고 있으면 숲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처음 스키를 타던 날의 감동이 기억납니다. 다른 누구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저 자신과 스키만 떠오릅니다. 마치 아웃포커스 처리된 사진처럼요. 사랑하는 연인과 처음 데이트 할 때도 마찬가지 느낌일 겁니다. 자신의 모든 의식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됩니다.

처음 스키를 탔을 때의 재미와 감동은 스키를 잘 타야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스키어들은 급사면에서 숏턴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중사면에서 두 개의 날카로운 카빙라인을 그리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있습니다. 카빙을 못해도, 급사면 숏턴을 못해도 순수하게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 스킹의 즐거움은 스키를 잘타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스킹의 행복은, 

첫째, 온 가족이 함께 스킹을 즐기는 것입니다. 물론 함께라는 의미가 꼭 같은 시간에 같은 슬로프에서 함께 스키를 탄다는 협소한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키즈스키스쿨에서, 아빠와 엄마는 성인스키스쿨에서 배우며 즐기는 사람도 있고, 실력에 따라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따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스키 할러데이를 와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아내 이혜승과 큰아이 정준영

둘째, 스키를 하나의 문화로 혹은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아주 진지한 스키기술에서 부터 아주 가벼운 농담이나 에피소드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기술을 연습할 것인가 못지 않게 어느 스키장에 갈 것인지, 어느 옷을 입을 것인지, 스킹이 끝난 후 어떤 음식을 만들것인지, 혹은 어떤 맛집을 갈 것인지도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스키를 하나의 스포츠라는 영역에 가두지 않고 문화로, 라이프스타일로 확대시켜야 스키를 타는 인구도 늘어나고 스키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중급자층을 두텁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토대에서 상급자와 매니아층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스키를 잘 타는 스키어들은 주변 사람들을 스키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 부유한 상류층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키를 잘타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스키가 얼마나 재미있고 매력적인 운동인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가족들 혹은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스킹하는 것을 즐기십시오. 그들에게 스키를 알리고 틈나는대로 스키를 알려준다면 비록 본인의 스키기술이 향상되는 시간이 더디게 걸릴 수는 있겠지만 평생 행복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꼼수다' 얘기가 여기까지 왔네요. 
스키를 스포츠가 아닌 문화 혹은 라이프스타일로 본다면 '기술'에 몰입하기보다는 '다함께 즐기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스키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기술'도 더욱 꽃을 피웁니다. 스키인구가 많아야 스키선수나 데몬스트레이터들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지난 10월 초에 한국 가장 큰 두 스키관련 업체에서 행사를 가졌습니다.
코스모레포츠에서는 [Nordica & Phenix 시즌 온 파티]를 통해 시즌 전에 스키어들의 대규모 파티를 기획하였습니다. 또한, 아머스포츠에선 [Atomic 문화공연]을 기획하여 '뮤지컬-스켈리두' 관람과 신상품 소개를 조화롭게 만들었습니다.


Nordica & Phenix 시즌 온 파티
 

Nordica & Phenix 시즌 온 파티에 한가족이 출동

와이프와 같이 참석을 했는데, 이번 시즌은 좀 더 맘 편하게 즐길수 있을듯 같습니다. ^^
너무 좋은 행사 만들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Atomic 문화공연


이러한 꼼수(?)들을 통해 아내나 남편, 연인,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스키와 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이런 행사들이 업체나 관계자들에겐 스포츠마케팅이라 불리겠지만, 스키어 자신들에겐 스키문화를 풍성하게하고, 스키어임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의 형성입니다.  

스키의 대중화와 기술의 향상 나아가 알파인 경기력의 향상은 모두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선순환의 고리로 만드는 것은 열정적 스키어들의 몫입니다.

이번 시즌에도 아내와 다투고 아이들을 뒤로한채 혼자 스키장에 가서 죽어라 카빙턴만 연습하실건가요? 아내나 애인을 주말과부 만들고 평생 스키탈 수 있을거라 자신하나요?
이번 시즌엔 한번이라도 아이들을 키즈스쿨이나 레이싱 클럽에 넣고, 아내 손 잡고 스키를 가르쳐 주세요. 스키가 얼마나 재미난 스포츠인가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스키를 문화로,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어 보세요. 당신의 삶이 더욱 더 행복해질거에요.^^

박순백 박사님 가족이나 우리 가족을 보면 가족 모두가 스키어이고, 가족 모두가 스키를 문화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이상 캐나다 휘슬러에서 '나는 꼼수다' 정우찬이었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