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합격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한국의 스키어들이 궁금해 하실 CSIA 레벨4 시험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레벨4 시험을 보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만 18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2) CSIA 레벨3 이상이어야 합니다.
3) CSCF(레이싱 코치) 레벨2 이상이어야 합니다.(몇가지 대체가능한 조건이 있으나 대부분 이 자격을 취득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6일간의 레벨4 코스와 2일간의 GS 트레이닝을 마친 뒤에야 4일간의 시험에 응시하게 됩니다.
4일간 스킹과 티칭으로 나뉘어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스킹테스트는 9가지 종목을 테스트 하는데 이 가운데 7가지 종목을 합격하여야 하며, 합격점수는 6점이상입니다. 한 종목이라도 낙제점수(4점미만)가 나오면 안되고, 평균 6점이상이어야 합니다.
1) GS 레이스
2) 6미터 규제턴
3) 범프 숏턴
4) 종합활강
5) 엑스퍼트 패러렐
6) 범프 빅턴
7) 엑스퍼트 숏턴
8) 인터미디엇 패러렐
9) 베이직 스킹 (티칭시의 데몬스트레이션)
티칭테스트는 엑스퍼트 티칭과 강사 트레이닝의 두가지 종목을 테스트하여 모두 합격하여야 합니다. 합격점수는 6점입니다.
1) 엑스퍼트 티칭은 엑스퍼트 스키어를 대상으로 엑스퍼트 패러렐, 엑스퍼트 숏턴, 범프 숏턴, 턴 링킹(Turn Linking), 스티어링(Steering)의 다섯가지 종목중 한 가지가 주어집니다.
2) 강사 트레이닝은 강사들에게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를 트레이닝하는 것입니다. 웨지턴(푸르그보겐), 인터미디엇 패러렐 중 한 가지가 주어집니다.
스킹과 티칭 두가지를 모두 합격하여야 레벨4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중 하나만 통과하면 다음 시험엔 통과하지 못한 종목만 다시보면 됩니다. 저는 지난해에 티칭을 합격하였기 때문에 이번 시험엔 스킹테스트에만 참가하였습니다. 9가지 종목중 베이직 스킹 데몬스트레이션은 이미 티칭 합격시에 패스하였기에 티칭합격자들은 8가지 종목만 테스트합니다.
테스트 첫 날인 4월 10일. 오전에 6미터 규제턴과 종합활강 시험이 치뤄졌습니다. 장소는 블랙콤.
날씨가 흐리고 지난 밤에 눈이 내려서 상당히 힘든 컨디션이었지만 무난하게 두 종목을 잘 치루고 랑데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캠프생들이 모두들 주변에서 함께 움직이며 응원해줘서 많이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치룰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많은 응원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었지요.^^
스킹테스트 첫 날 6미터 규제턴을 앞두고. 수퍼스타 이지열과 함께.
첫 날 6미터 규제턴과 종합활강을 마치고 나서 점심시간에 김태영과 함께.
5월초에 레벨3에 도전하는 빅마운틴 캠퍼 최기태와 함께.
코리안 수퍼스타이자 빅마운틴 캠퍼인 이지열과 함께.
눈보라가 치는 악천후여서 무거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던 첫 날.
점심을 먹고 나선 숏턴과 범프 숏턴 시험이 치뤄졌습니다. 숏턴은 무난하게 그리고 범프에선 완벽하게 스킹을 보여주었지요.^^ 성적을 보면 범프에서 7.3 이라는 엄청난 점수가 나왔답니다. 최고점수지요.^^
마지막 시험을 기분좋게 치루고 나니 왠지 모든 시험을 잘 본 것 처럼 마음이 흐뭇해지더군요. 역시 뭐든지 끝 마무리가 좋아야~
다음날인 4월 11일. 지난 밤에 30cm의 엄청난 눈이 내려서 레이스가 취소될 위기였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었지요. 레이스는 휘슬러의 Dave Murray. 올림픽 남자 다운힐 경기가 치뤄진 곳입니다.
출발점에 서서 코스 인스펙션을 하기에 앞서.
스킹테스트 둘째 날 GS 레이스를 마치고 나서 응원해 준 캠프생들과 함께. 채지훈님은 KSIA와 CSIA의 레벨3로 이번에 함께 레벨4에 도전하였답니다. 왼쪽부터 박진우, 이지열, 채지훈, 정우찬, 김태영, 최기태, 임유석
두 번의 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레이싱의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 스키어에게 가장 힘든 종목중 하나이지요. 항상 가장 부담을 가진 종목이었기에 이번 시즌엔 '휘슬러 마운틴 스키클럽(WMSC)'의 마스터즈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열심히 게이트 연습을 하였답니다. 일본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역임한 Tomio의 도움이 아주 컸죠. 그 덕분에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지요!^^
전 일본국가대표팀 코치이자 휘슬러마운틴스키클럽 마스터즈 프로그램 헤드코치인 토미오와 함께.
레이스 결과
오후엔 티칭 시험이 치뤄졌지만 티칭합격자들은 열외.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마지만 스킹 시험날인 4월 12일. 남은 세 종목은 엑스퍼트 패러렐, 범프 빅턴, 인터미디엇 패러렐이었습니다. 처음 치뤄진 종목은 엑스퍼트 패러렐. 눈이 부드러워 엣지를 강하게 세우면 오히려 위험하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엣지를 컨트롤하며 스킹하였습니다. 범프 빅턴은 신설 밑에 숨어 있는 범프들 위에서 최고의 속도로 달리면서도 컨트롤을 잃지 않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두 번의 런에서 한 번은 안정되게, 한 번은 속도컨트롤을 놓쳐버렸지요.
스킹테스트를 앞두고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모습.
신뻬이와 히사에.
엑스퍼트 패러렐 시험 코스를 항하며. 히사에, 준코, 태영과 함께.
엑스퍼트 패러렐 시험이 치뤄진 블랙콤 글레이셔 하단의 블루라인.
스킹테스트 셋째 날 범프 빅턴 코스에서.
이미 두 번의 런을 마친 상태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스키어들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지요.
마지막 남은 인터미디엇 패러렐. 안개가 뭉쳤다 흩어졋다 하는 사이를 뚫고 리듬감있고 안정되게 그러면서도 우아하게... 머릿속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떠올리며 그 리듬에 맞춰 스킹하였습니다.
짝짝짝짝~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사히 스킹을 마쳤습니다.
드디어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스킹테스트 종목인 인터미디엇 패러렐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모든 스킹테스트가 끝나고 레벨4를 기원하며. 좌로부터 임유석, 김태영, 정우찬, 이지열, 박진우
2011년 4월 12일 오후 5시. 캐나다 휘슬러 빌리지의 AVVA HOTEL 미팅룸에는 삼십여명의 레벨4 시험 참가자들이 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주변엔 참가자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레벨4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죠.
우측에서 두번째인 워렌이 단 한 장의 합격통지서를 들고 있습니다.
미팅룸의 앞에는 십여명의 레벨4 시험감독관들이 늘어서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어느정도 분위기가 잡히자 Warren Jobbit(CSIA 서부지역 총괄)이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일정과 앞으로 하루 남겨진 마지막 일정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지금 이 자리에 새로운 CSIA 레벨4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단 한장의 합격통지서를 보면서 어느정도 예감했지만 그가 이런 말을 꺼내자 더욱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대략 7~8명의 스킹 재시험자들이 있으나 오직 한 명만이 이번 시험에 합격한 것입니다.
워렌이 저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미스터 우찬 정!"
그 단 한 장의 합격통지서를 받았네요.^^
레벨4 감독관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전율이 온 몸을 훓고 지납니다. 먼저 옆에 있는 아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다 당신덕분이다. 지난 십년간의 휘슬러 생활에 아내의 동의와 헌신이 없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포기했을 겁니다.
앞으로 나가 워렌을 비롯한 레벨4 감독관들과 한 사람, 한 사람 뜨거운 포옹을 나눴습니다. 특히 휘슬러에서 레벨4 트레이닝을 도와주었던 Otto, Bart, Russ, Wade 등과는 더욱 뜨겁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들도 저의 성취를 자신의 일인양 기뻐하였지요.
휘슬러 스키스쿨 교장인 Bart 와 함께.
발표장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과 일일히 축하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특히 함께 레벨4 시험에 참석했던 일본인 친구들과는 더욱 더 뜨거운 포옹을 나눴습니다. 모두들 함께 트레이닝하며 고생했는데 혼자만 이런 영광을 누려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발표장을 나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ㅋㅋ
아내 혜승과 함께 레벨4 합격증서를 들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인생의 동행자.
레벨4 시험 스킹 점수
발표장을 나와 축하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레벨4 취득은 저 혼자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입니다. 그러므로 그들 모두 이 영광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격려 해주었기에 그 한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다만 세 사람만은 언급하고 싶습니다.
먼저 팔순 중반의 늙으신 어머님은 지금도 막내 아들을 위해 매일 새벽 기도를 올립니다. 아들의 성취가 어머님의 크신 사랑에 대한 아주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내 혜승은 처음 만남에서 지금까지 저로서도 이해하지 못할 맹목적인 믿음을 저에게 보내주고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혜승의 도움없이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또한 아들인 준영은 백혈병을 잘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준영이가 계속 아팠다면 스키를 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죠. 준영이의 완쾌를 위한 선물로 꼭 레벨4 핀을 주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지요.
건강해진 모습의 준영. 병을 이겨내고 몸도 마음도 훨씬 성숙해졌답니다.
다음 시즌부터 레이싱을 시작하는데 새 스키 사달라고 벌써부터 조릅니다.^^
다음 시즌부터 레이싱을 시작하는데 새 스키 사달라고 벌써부터 조릅니다.^^
레벨4 축하파티 모습. 오른쪽에 한국 모글 국가대표인 최재우군의 모습이 보이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