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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철인되기(8) 2006년 Squamish Triathlon



스콰미쉬 트라이애슬론은 밴쿠버와 위슬러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스콰미쉬라는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대회입니다. 수영 1.5km, 자전거 37km, 달리기 10km의 올림픽 코스입니다. 올 해엔 7월 9일에 열렸구요. 제가 처음 참가한 트라이애슬론 대회입니다. 

7월 9일 아침.
온 가족들이 새벽부터 잠을 설쳐가며 준비물을 챙겨 오전 6시경 위슬러를 출발하여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대회가 열리는 스콰미쉬의 Don Ross Secondary School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행사장의 열기를 달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긴장감에 눈을 번뜩이고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있게 행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야 물론 처음 참가하는 대회인만큼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죠.^^*

사람들의 무리를 따라 들어가니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여러 텐트가 펼쳐져 있어 마치 야영장에 들어선 기분있습니다. 작은 텐트들은 이번 대회를 후원하는 트라이애슬론 장비업체들의 홍보텐트 였고, 중앙의 대형 텐트가 접수처였습니다. 

참가자 확인이 끝나고 사인을 한 뒤 비브와 타이밍 칩, 에너지바, 기념 티셔츠 등이 들어 있는 백을 받았습니다. 무엇을 받는다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것이어서 그 긴장된 와중에도 흐뭇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곧바로 옆 텐트로 이동하여 바디마킹(팔과 다리에 번호를 적는 것)을 해야 했고, 바꿈터에 가서 달리기에 필요한 장비(운동화와 팬츠)도 정리해 두어야 했습니다. 그 뒤엔 바로 주최측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앨리스 레이크(Alice Lake)로 이동하였습니다. 

마치 특수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처럼 각자 바쁘게 움직여 트럭에 실려온 자전거를 받아 바꿈터로 이동. 자전거와 헬멧, 사이클슈즈와 팬츠, 비브넘버가 달린 레이스밸트, 선글래스, 수건 등을 정리해 놓은 뒤 슈트를 갈아 입고 앨리스 레이크로 갔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라 아담한 느낌이었습니다. 1.5km를 수영하기 위해선 기역자 모양의 코스를 왕복하여야 했습니다. 반환점을 표시하는 붉고 부이와 노란 부이를 확인하며 코스의 개념도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습니다. 몸을 풀고 있는데 주변에서 한국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시죠?"

"어? 밴쿠버에도 트라이애슬론 하는 분이 계시네요?"  

"아, 저는 위슬러에 삽니다. 정우찬입니다."

"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었습니다. 저도 스키 타거든요. 김상형입니다."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인데 더군다나 스키어라니...'

제 입은 찢어질 듯 귓가에 걸립니다. 

시간 여유가 없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고 사진 몇 컷을 찍은 뒤 출발선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각자 '화이팅'을 외치며.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달려 나갑니다. 46개의 릴레이팀과 333명의 개인들이 어우러져 신나는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려나가니 이 사람 손에, 저 사람 발에 걸려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첫 부이를 지나면서 부터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 되니 수영을 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레이크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목표를 확인하며 수영하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았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수영하다보니 그 긴장감 또는 재미(?)때문인지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들어와 바꿈터로 뛰어가는 시간은 어질어질 정신이 없었습니다. 바꿈터에 도착해 슈트를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왜 이리 정신이 없는지 몇번이나 상의를 입지 않은채 헬멧을 썼다가 다시 벗었는지 모릅니다. 

어렵사리 다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허리에 매여 있어야할 레이스 벨트가 보이지 않는다. 

'으악, 비브가 없으면 실격이라는데....' 

자전거를 길가에 놓아두고 다시 되돌아 뛰어가자니 엄청나게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바쁘게 지나쳐가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뛰어가 바꿈터를 찾는데 거꾸로 거슬러가며 찾자니 도무지 위치감각이 없다. 더군다나 자전거로 위치를 확인해야하는데 이미 자전거도 없는 상태이니.....그 순간, 혜승의 다급한 외침소리.

"우찬, 레이스벨트! 저기, 저기에"

겨우 위치를 찾아내 떨어진 레이스 벨트를 주어 들었다. 

"아까 출발할 때 얘기 좀 해주지 그랬어!" 

애꿎은 화풀이를 혜승에게 해대며(미안~ 그 후 엄청 깨졌슴... ㅜ.ㅜ) 씩씩거리며 다시 자전거를 놓아 둔 위치로 달려와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앨리스 레이크를 빠져 나오는 길은 내리막길에 포장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엄청난 급커브길. 정신없는 상태에서 별탈없이 위험구간을 빠져 나와 하이웨이를 건너 약간의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렸습니다. 


몇몇 급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여야 했지만 그 외엔 달리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하이웨이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내내 오르막길입니다. 경사가 심하지 않지만 꽤 거리가 길어 (3km 정도) 충분히 트레이닝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척이나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스콰미쉬 대회를 준비하면서 주로 달리기 훈련에 집중 하였기에 자전거는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대회 전날에야 자전거 튜닝을 하였을 정도로 자전거 훈련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었죠.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무리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하이웨이와 학교앞을 지나는 구간을 네번 통과한 뒤(네바퀴를 돌고 피니쉬라인으로 들어서야 함) 피니쉬 라인으로 들어서서 재빨리 런닝 슈즈로 갈아 신고 자신있게 달리기 코스로 들어 섰습니다. 수영과 자전거 구간에서 나를 지나쳐 갔던 사람들을 무수히 추월하리라는 망상(?)을 가지고...ㅜ.ㅜ

달리기 코스는 지속된 오르막과 또 그만큼의 내리막 구간으로 구성된 포장이 안된 산길이었습니다.  중간 구간은 길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땅이 다져지지 않아서 푹푹 꺼지는 땅을 박차며 뛰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호흡을 가다듬으며 달리는데 자전거를 타며 뭉쳤던 근육이 더욱 단단히 굳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자전거 트레이닝을 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근육이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쥐(cramp)가 나지는 않아서 어느정도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오르막 구간이 끝나면서 평지와 약간의 내리막 구간이 나왔습니다. 체력적으로는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뭉쳐진 근육은 자꾸만 적신호를 보내 옵니다. 더이상 속도를 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한바퀴를 마치고 두바퀴째에 들어서서  다시 오르막을 달리는데 드디어 무릎 바로 위 안쪽 근육에 쥐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르막 구간과 평지 구간은  조금만 뛰어도 쥐가 나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겨우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걷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나쳐 달려 가는 것이 얼마나 부럽던지...ㅜ.ㅜ  약간의 내리막 구간이 나오자 그나마 통증이 덜 해져서 다시 달릴 수 있었습니다. 겨우 겨우 피니쉬 라인까지 달려오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서 마지막 스퍼트. 드디어 결승선을 지났습니다. 

2시간 28분 25초.(수영 33분 30초, 자전거 1시간 05분 00초, 달리기 49분 55초)

완주를 목표로 3시간안에만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좋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앗~싸!

"수고하셨습니다." 

결승선에는 먼저 도착한 김상형씨가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3년전부터 달리기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는 스포츠맨 앞으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상형씨 그리고 그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만날 것을 약속하며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열심히 응원해 준 가족들(어머님,혜승,준영,소영,선희,유나)과 함께 주최측에서 마련한 다과를 즐기며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쨍쨍한 학교 운동장에 계속 머물 수는 없는 일이어서 수영경기를 치뤘던 앨리스 레이크로 온 가족이 이동하여 맛나게 라면을 끓여 먹으며 뒷풀이를 가졌습니다. 

다음날 웹상에 올라온 결과를 보며 아는 사람들의 이름과 기록을 찾아보고 있자니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영과 달리기에 비해서 자전거의 기록이 터무니 없이 좋았거든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전거 경기에서 네바퀴를 돈다는 의미를 잘못 해석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구 심이 생겼습니다. 구간을 네 바퀴를 돌고 1/2바퀴를 더돌아 학교안의 피니쉬 라인으로 들어왔어야 하는데 세바퀴만 돌고 피니쉬라인으로 들어왔던 것이죠. 저나 김상형씨 모두 학교앞을 네번 지나치고 들어오는 것으로 잘못이해하고 있었는데 결국 학교앞을 네번 지나쳐 다섯째 바퀴에 핀니쉬라인으로 들어왔어야 했더군요. 제대로 된 기록이라면 2시간 45분대일 것 같습니다. 아~ 부끄...러워라...ㅜ.ㅜ

그래도 첫 대회를 잘 치뤘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 그리고 철인이 되고자하고 스키를 엄청 좋아하는 한국인 김상형씨를 만났다는 것에 스콰미쉬 대회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언제나 도전은 계속됩니다.^^*



 최진아: 대단하다. 그리고 축하해. 열심히 해서 꼭 철인이 되길 바란다.  [07/24-23:47] 
 정우찬: 고마워~ 진아야. 달리기 시작한 김에 마라톤 완주까지 도전해 보는게 어때?   [07/26-22:49] 
 플라타너스: 와! 대단하당...
언젠간 해 봐야지???
난 요즘 요가 시작했는데, 모두들 날 보면 웃느라 정신 없어.
가족 모두 건강하고 늘 행복하시길....
 [07/30-16:09] 
 정우찬: 앗! 형님. 요가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웃을까요? 궁금하네요~?^^* 형수님과 아이들도 잘 지내지요? 열심히 요가하셔서 저도 좀 가르쳐 주세요. 그립습니다. 조만간 메일 드릴께요.^^*  [07/31-00:11] 
 플라타너스: 가족 모두 시작 했는데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지. 휘어지거나 꼬아지지도 않아.
모두 자리러진다.
암벽 할때랑 요가 할때랑 비슷하게 고문관 되가고 있다.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참, 창한인 결혼 했고 용현인 뉴질랜드에 있다.  [07/31-18:08] 
 플라타너스: 성회는 취직해서 당담 한 곳이 과천 정부종합 청사고
여자친군 생긴 모양이다.  [07/31-18:10] 
 정우찬: 와 가족들 모두가 함께 하는 군요. 재미있겠네요. 선이랑 신이도 이젠 엄청 커서 몰라보겠네요. 벌써 아가씨들이 다 되었을텐데...^^* 창한이, 용현이, 성회 모두들 잘 지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합니다. 추억들이 또다시 떠오르네요.^^*  [08/01-00:48] 
 권재희: 이런! 대회가 지난 것도 몰랐네요. 예상보다 좋은 성적으로 완주해서 축하하고... 항상 도전하는 우찬씨 멋져요 ~ ^^  [08/05-21:58] 
 정우찬: 누님께 먼저 알려 드렸어야 하는데......죄송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인사드려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보니 연락 드리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자전거 타시나요? 지난번에 다치신 뒤엔 타시지 않는다고 하셨었는데...  [08/08-02:30] 
 차재문: 첫대회 무사히 치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09/17-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