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재 타고 있는 로드용 바이크는 레몬드사의 2006년식 알프 듀에즈 트리플 입니다. 정말 구닥다리 같은 자전거라고요? 네, 슬프게도 이 자전거는 나이도 오래되고 카본혁명의 시동기에 태어난 죄로 완전 울트라 올드보이가 돼 버렸습니다. 스키로 치자면 카빙스키(수퍼사이드컷 스키)의 초창기에 카빙스키에 대한 낯설음을 탈색시키기 위해 나왔던 과도기적인 '세미카빙스키' 라고나할까요?^^
하지만 이 자전거로 2007년의 아이언맨 캐나다 대회 180km 자전거 코스를 훌륭히 완주했으니 저에겐 귀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녀석이지요.
먼저 바이크피디아에 실린 레몬드 알프 듀에즈에 대한 정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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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정보는 자전거 전문가들이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입니다. 이를 짧게 정리하자면, 가장 큰 특징은 알루미늄 프레임과 카본 소재의 포크, 싯스테이, 싯포스트, 체인스테이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제품이 카본으로 제작되고 있으니 이러한 카본혁명을 맞이하면서 나온 초창기의 과도기적인 조합이라고 생각됩니다.
트리플 크랭크셋이고 30-42-52 티입니다. 카세트는 9스피드에 12-26티입니다. 알프 듀에즈라는 이름답게 힐클라이밍 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몬드(LeMond)는 한국의 라이더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로드바이크의 역사를 아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설적인 미국인 라이더'그렉 레몬드(Greg LeMond)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입니다. 1986년 역사상 최초로 유럽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뚜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였으며, 그 후 월드 채피언쉽 두차례 우승과 뚜르 드 프랑스 세차례 우승으로 1980년대 후반을 뒤흔든 전설적인 프로 라이더입니다. 미국 촌놈이 로드바이크의 본산에 와서 최초로 유럽인들의 자존심을 구겨버린 셈이죠.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 1999~2005 뚜르 드 프랑스)과 플로이드 랜디스(Floyd Landis, 2006 뚜르 드 프랑스)가 그를 이어 뚜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였지만 도핑혐의로 우승이 취소됨으로써 현재는 유일한 미국인 뚜르 드 프랑스 우승자인 셈입니다.
알프 듀에즈(Alpe D'Huez)라는 모델명은 프렌치 알프스에 위치한 스키장이자 뚜르 드 프랑스의 악명 높은 힐 클라이밍 구간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3.8km의 거리에 고도차가 1,100m나 됩니다. 평균 경사도가 7.9%의 무제한 난이도급에 속하는 코스입니다. 180도 꺾인 헤어핀 코너가 21개 존재하는 아찔한 구간이죠.
세계의 열혈 라이더들이 세계적 라이더들과 자신의 기록을 비교하기 위해 도전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최고의 기록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클라이머 '마르코 판타니'의 37분 35초입니다. 빡빡 머리에 반다나를 쓰고 나타나는 그의 스타일때문에 '해적'이라는 멋진 별명을 부여 받았죠. '해적'과 '산악왕' 왠지 어울리지 않죠?^^
자, 지금까지 레몬드와 알프 듀에즈에 대해 살펴 대하여 보았으니 이제 이 녀석과 저와의 추억을 이야기해 볼까요?
이 녀석을 만난건 2007년 봄. 스콰미쉬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큰 맘먹고 마련하였죠. 그리고 2007년에 열린 트라이애슬론에 이 녀석과 함께 하였습니다. 바이크 핏팅에 대해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을 때여서 샾에서 조언하는대로 셋팅하였는데 53cm의 프레임 사이즈가 현재 체크하여도 큰 문제가 없네요. 새롭게 자전거를 장만한다면 52cm 프레임 사이즈를 선택할 생각입니다.
아래 사진은 2007년 스콰미쉬 트라이 애슬론 대회에서의 모습. 올림픽 코스여서 자전거 주행거리는 40km에 불과한 대회였지만 첫 주행에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자전거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어릴적의 준영이와 소영이가 절 응원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지금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
아래 사진은 2007년 아이언맨 캐나다 대회에서의 모습입니다. 당시엔 아이언맨 대회가 BC주의 중앙부에 위치한 팬틱튼(Penticton)이라는 마을에서 치뤄졌답니다.
풀코스 대회여서 180km의 거리를 이 녀석과 함께 달렸죠. 아이언맨 대회가 수영 3.8km, 자전거 180km, 달리기 42.195km를 달리는 극한의 대회이다보니 그에 따른 몸의 상태를 최적화 시켜야 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코치도 없이, 함께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 트레이닝해서 12시간이라는 좋은 기록에 마친걸 보면... 참, '젊음이 좋다'라는 생각 밖에는 안드네요.^^ 당시에 6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자전거 코스를 마쳤는데 지금 다시 아이언맨 대회에 나간다면 자전거에서 좀더 나은 기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져봅니다. 어쨌든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생겼고, 자세나 페달링에 대해 신나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거든요.
아래 사진은 최근에 이 녀석을 타고 올랐던 휘슬러 주변의 올림픽 파크(2010년 올림픽 당시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린 곳)와 밴쿠버의 동호인들과 함께 한 앤더슨 호수까지의 장거리 라이딩 사진입니다.
이렇듯 장황하게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녀석과의 7년간의 우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녀석을 친구로 맞이하려는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녀석과의 추억을 새롭게 떠올려 보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요. 왠지 슬프네요. ㅜㅜ
"안녕, 알프.... 그동안 고마웠어. 너를 통해 경험한 새로운 세상 더 멀리까지 여행해 볼께."